펫아시아뉴스(Pet Asia News)
동물병원 진료비를 둘러싼 논란을 지켜보면서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느낀다. 정부가 동물병원 진료비 공개 정책을 추진했는데, 정작 그 정책을 둘러싼 갈등의 한가운데에는 보호자와 수의사가 서 있다. 보호자는 묻는다. “같은 중성화 수술인데 왜 어떤 병원은 30만원이고 어떤 병원은 50만원입니까?” 수의사는 반박한다. “진료 내용이 다른데 어떻게 가격만 가지고 비교합니까?” 양쪽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모두 일리가 있다. 그래서 필자는 오히려 다른 질문을 던지고 싶다.
그렇다면 정부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가격을 공개했다면 그 가격을 해석하는 방법도 알려줘야 한다. 동물병원 진료비 공개의 취지를 부정할 이유는 없다. 보호자의 알 권리는 중요하다. 동물병원에 들어가기 전 예상되는 비용을 확인하고 병원을 선택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 정보도 필요하다. 문제는 숫자를 공개하는 것과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반드시 같은 의미는 아니라는 데 있다.
예를 들어 한 지역의 중성화 수술비 평균이 30만원이라고 하자. 그런데 어느 병원의 중성화 수술비가 50만원이라고 공개돼 있다. 보호자가 이 숫자를 보면 어떤 생각을 하겠는가. “평균보다 20만원이나 비싸네.” 너무나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한 가지가 빠져 있다. 30만원짜리 수술에는 무엇이 들어 있고, 50만원짜리 수술에는 무엇이 들어 있는가. 마취 전 검사의 범위는 같은가. 마취 방법은 같은가. 수술 중 환자 모니터링은 어떻게 하는가. 수액과 약제는 포함돼 있는가. 입원과 사후관리는 어디까지 제공되는가. 이것을 모르는 상태에서 우리는 가격은 비교하고 있지만 의료서비스는 비교하지 못하고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정부 정책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가격을 공개했다면 그 가격을 국민이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도 설명했어야 한다. 3만원과 6만원, 정말 두 배 비싼 것인가. 엑스레이 검사를 생각해보자. 다리를 저는 어린 포메라니안이 병원을 찾았다. A병원에서는 엑스레이 검사비가 3만원이고 B병원에서는 6만원이었다. 숫자만 공개하면 결론은 너무나 쉽다. “B병원이 두 배 비싸다.” 그런데 정말 그런가. 촬영 횟수가 같은가. 촬영 방향은 같은가. 아이가 통증 때문에 움직이지는 않았는가. 정확한 촬영을 위해 추가적인 인력과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는가. 환자의 상태에 따라 별도의 처치나 진정이 필요하지는 않았는가. 진료비 명칭이 똑같이 ‘X-ray’라고 적혀 있다고 해서 실제 제공된 의료서비스까지 동일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정책은 숫자를 보여주는 것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무엇과 무엇을 비교할 수 있는지를 함께 보여줘야 한다. 정부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여기에서 한 가지는 분명히 해야 한다. 정부가 이러한 문제를 전혀 모르고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은 채 가격만 공개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지나치다. 정부 역시 동물 진료의 질병명과 진료항목 등에 대한 표준화 필요성을 인식했고 관련 작업을 추진해왔다. 따라서 문제의 핵심은 ‘정부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가 아니다. 필자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정책의 순서와 완성도다. 가격 공개와 진료 표준화를 함께 추진했다면 최소한 국민에게 공개되는 숫자가 어느 범위까지 비교 가능한지, 어떤 경우에는 직접 비교하기 어려운지, 가격 차이가 발생하는 주요 요인이 무엇인지도 충분히 설명했어야 한다.
숫자는 공개됐는데 그 숫자를 해석할 언어가 부족하다면 정책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 가격표가 병원의 성적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공개된 진료비가 동물병원을 평가하는 일종의 ‘가격 순위표’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최저가격, 최고가격, 평균가격이 제시되면 소비자는 자연스럽게 비교한다. 평균보다 싸면 저렴한 병원. 평균보다 비싸면 비싼 병원. 그러나 의료는 단순한 공산품 가격 비교가 아니다. 그렇다고 “의료니까 가격을 비교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 것 역시 옳지 않다. 보호자는 소비자로서 비용을 확인할 권리가 있다. 따라서 우리가 찾아야 할 답은 가격 공개를 없애는 것이 아니다. 가격 비교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가격이 높다고 좋은 병원도 아니고 가격이 낮다고 나쁜 병원도 아니다. 결국 확인해야 할 것은 그 비용으로 어떤 검사와 처치, 의료서비스를 제공받는가다. 보호자와 수의사를 갈등의 당사자로만 만들어서는 안 된다. 가장 안타깝게 바라보는 부분도 이것이다. 진료비 문제가 점점 보호자와 수의사의 대립처럼 비치고 있다. 보호자는 “왜 이렇게 비쌉니까?”라고 묻는다. 수의사는 “진료가 다른데 가격만 비교하지 마십시오”라고 말한다.
이 구조가 반복되면 결국 서로를 불신하게 된다. 보호자는 동물병원이 과도한 비용을 받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수의사는 자신의 의료행위가 단순히 가격으로 평가받는다고 느낄 수 있다. 이 갈등을 개인의 문제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정책으로 가격 비교의 장을 만든 정부라면 그 안에서 발생하는 정보의 왜곡과 갈등을 줄일 책임도 있다. 정부는 관전자여서는 안 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묻고 싶다. 진료비 공개 항목을 얼마나 확대했는가만큼 중요한 질문이 있다. 공개된 가격들이 실제 어느 정도까지 비교 가능한지 검증했는가. 표준화된 진료항목은 실제 동물병원 현장에서 어느 정도 활용되고 있는가. 가격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를 보호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가. 그리고 무엇보다 진료비 공개 이후 보호자와 동물병원 사이의 정보 비대칭과 불신은 실제로 줄어들었는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정책의 성과는 홈페이지에 몇 개의 가격을 공개했는지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그 정보를 통해 국민이 더 합리적인 선택을 했는지, 불필요한 오해가 줄었는지, 궁극적으로 동물이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는지로 평가해야 한다.
이제 ‘가격의 투명성’에서 ‘진료 내용의 투명성’으로 가야 한다. 동물병원 진료비 공개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 오히려 보호자의 알 권리를 위해 필요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제 정책은 다음 단계로 가야 한다. 가격의 투명성에서 진료 내용의 투명성으로 발전해야 한다. ‘얼마입니까?’만 알려주는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 가격에는 무엇이 포함돼 있습니까?’까지 알려줘야 한다. 중성화 수술이라면 검사, 마취, 수술 중 모니터링, 수액, 약제, 입원, 사후관리 등 주요 구성요소를 보호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다고 모든 동물병원이 똑같은 진료를 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의료에는 환자마다 차이가 존재한다. 강아지와 고양이가 다르고, 나이와 체중이 다르며, 기저질환과 건강상태가 다르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모든 진료를 똑같이 만드는 ‘획일화’가 아니다.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지를 국민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기준이다. 숫자를 볼 권리를 넘어, 숫자를 이해할 권리로 보호자의 알 권리를 이야기한다면 이제 그 의미도 확장해야 한다. 가격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그 가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할 수 있어야 진정한 알 권리가 된다. 숫자만 공개하고 왜 다른지를 설명하지 않는다면 정보가 늘어난 만큼 오해도 늘어날 수 있다.
그리고 그 오해의 결과를 보호자와 수의사가 서로 감당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동물병원 진료비 논란에서 이제 질문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 30만원과 50만원 가운데 어느 병원이 비싼가가 아니다. 왜 30만원이고 왜 50만원인지 국민이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정부가 제공하고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 정부가 정책을 만들었다면 그 정책으로 발생하는 갈등까지 살펴야 한다.
보호자에게는 제대로 선택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수의사에게는 의료행위가 단순한 숫자 하나로 왜곡되지 않을 수 있는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기준의 최종 목적은 어느 한쪽의 이익이어서는 안 된다. 결국 우리가 확인해야 할 것은 하나다. 이 정책이 실제 현장에서 동물과 사람에게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는가. 그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많은 진료비를 공개해도 정책은 아직 완성됐다고 할 수 없다.
이제 농림축산식품부가 답할 차례다. 가격은 공개했다. 그렇다면 그 가격의 의미까지 국민에게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가?
강사모 패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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