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아시아뉴스(Pet Asia News)
안내견 로젤의 이야기를 단순히 ‘충성스러운 개가 사람을 구한 영웅담’으로만 기억해도 될까? 유튜브 채널 ‘최경선 박사의 강사모TV’가 2001년 9월 11일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에서 살아남은 시각장애인 마이클 힝슨과 안내견 로젤의 이야기를 소개하며, 재난 상황에서 장애인의 안전과 안내견·보호자 사이의 상호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조명했다.
이번 영상의 제목은 “손잡이를 놓지 마세요”…안내견 로젤(래브라도리트리버)은 1,463개 계단을 내려가 보호자를 살렸다. 당시 마이클은 세계무역센터 북쪽 타워 78층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그의 책상 아래에는 노란색 래브라도 리트리버 안내견 로젤이 평소처럼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충격과 함께 건물이 흔들리고 유리와 파편이 떨어졌다. 연기와 먼지, 비명과 경보음이 건물 내부를 뒤덮었다. 앞을 볼 수 없는 마이클이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손에 쥔 안내견 손잡이와 그 끝에서 느껴지는 로젤의 움직임이었다.
“로젤, 앞으로.”
마이클의 지시에 따라 로젤은 비상계단으로 향했다. 두 존재 앞에는 1,463개의 계단이 놓여 있었다. 로젤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무작정 달리지 않았다. 마이클이 넘어지지 않도록 속도를 조절하며 한 계단씩 내려갔다. 마이클 역시 로젤에게 모든 판단을 맡긴 채 수동적으로 따라간 것이 아니었다. 평소 익혀둔 건물 구조와 대피 절차를 떠올리며 침착함을 유지했고, 안내견에게 명확한 지시를 전달했다.
영상이 주목하는 지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마이클과 로젤의 생존은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이나 구조만으로 완성되지 않았다. 재난에 대비해 대피 경로를 숙지한 사람의 준비, 전문적인 안내견 훈련, 그리고 오랜 일상에서 형성된 상호 신뢰가 함께 작동한 결과였다. 계단에서는 대피하려는 시민들과 사람들을 구조하기 위해 위층으로 올라가는 소방관들이 교차했다. 소음과 진동, 열기와 연기는 로젤에게도 견디기 어려운 공포였을 것이다. 안내견 역시 두려움과 피로를 느끼는 생명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로젤은 마이클의 움직임에 집중했고, 마이클은 손잡이를 통해 전달되는 로젤의 판단을 끝까지 신뢰했다.
약 한 시간 만에 건물 밖으로 빠져나왔지만 위험은 끝나지 않았다. 남쪽 타워가 무너지면서 잔해와 먼지가 거대한 파도처럼 거리를 덮쳤다. 시야가 완전히 제한된 상황에서 로젤은 다시 안전한 방향을 찾았고, 마이클과 함께 현장을 벗어났다. 이 과정에서 시야 확보가 어려워진 다른 시민의 대피도 도운 것으로 전해졌다.
로젤의 이야기는 재난 상황에서 장애인의 대피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도 던진다. 비상계단과 대피 안내가 비장애인을 기준으로만 설계돼 있다면 시각·청각·지체장애인은 재난 상황에서 더 큰 위험에 놓일 수 있다. 장애인 근무자의 위치와 이동 특성을 고려한 대피계획, 반복적인 훈련, 안내견이 함께 이동할 수 있는 구조체계가 마련돼야 하는 이유다.
특히 안내견을 단순히 사람을 위해 희생하는 존재로 소비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중요하다. 안내견은 기계처럼 명령만 수행하는 도구가 아니다. 두려움과 피로를 느끼며 적절한 휴식과 돌봄, 존중이 필요한 생명이다. 최경선 박사는 영상을 통해 “안내견과 시각장애인의 관계는 명령과 복종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며 “수많은 시간을 함께 걷고 서로의 움직임과 신호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신뢰가 위기의 순간 두 존재를 지켰다”고 전했다. 이어 “로젤이 1,463개의 계단을 내려갈 수 있었던 힘은 그날 갑자기 생긴 용기가 아니라 평범한 날마다 마이클과 함께 걸으며 쌓아온 믿음”이라며 “영웅은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존재가 아니라 두려운 순간에도 지켜야 할 존재의 곁을 떠나지 않는 존재”라고 강조했다.
로젤은 2007년 안내견 활동에서 은퇴한 뒤에도 마이클의 가족으로 함께했다. 2011년 6월 세상을 떠났으며, 같은 해 미국 휴메인 협회의 첫 번째 ‘American Hero Dog’로 선정됐다. 그러나 로젤이 남긴 의미는 영웅이라는 칭호에만 머물지 않는다. 1,463개의 계단은 한 안내견의 충성심만으로 내려온 길이 아니었다. 재난을 대비한 사람의 준비와 안내견의 훈련, 서로를 향한 믿음이 하나로 연결됐기에 끝까지 내려올 수 있었던 길이었다.
로젤과 마이클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에 묻는다. 재난이 발생했을 때 장애인과 안내견이 함께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는 환경은 마련돼 있는가. 우리는 안내견을 존중받아야 할 하나의 생명이자 장애인의 독립적인 삶을 함께하는 동반자로 바라보고 있는가. 가장 캄캄했던 순간, 마이클에게 로젤은 눈을 대신하는 도구가 아니었다. 서로 믿고 함께 살아서 나가야 할 가족이었다. 해당 이야기는 유튜브 채널 ‘최경선 박사의 강사모TV’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강사모 패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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