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아시아뉴스(Pet Asia News)
강아지가 다가와 보호자의 손이나 얼굴을 핥는다. 많은 보호자는 이 순간을 ‘사랑한다는 표현’으로 받아들인다. 틀린 해석은 아니다. 그러나 항상 맞는 해석도 아니다. 같은 ‘핥기’라도 어떤 상황에서 시작됐는지, 무엇을 핥는지, 얼마나 반복하는지, 행동 전후에 무엇이 있었는지에 따라 그 의미는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경선 박사의 강사모TV는 최근 반려견의 핥기 행동을 행동학과 관련 연구자료를 토대로 분석하며, ‘핥기=애정 표현’이라는 단순한 공식에서 벗어나 행동이 나타난 전체 맥락을 관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아지의 핥기에는 사람과의 친화적 상호작용뿐 아니라 보호자의 관심을 얻기 위해 학습된 행동, 냄새와 맛을 확인하려는 감각적 탐색, 긴장이나 갈등 상황에서 나타나는 행동 등이 복합적으로 관여할 수 있다. 특히 자신의 발이나 다리, 피부 특정 부위를 집요하게 핥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피부질환이나 가려움, 통증 등 의학적 문제가 행동의 원인일 가능성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사람과 강아지의 친밀한 접촉, 실제로 몸에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사람과 강아지 사이의 친화적 상호작용을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하는 물질이 ‘옥시토신’이다. Therese Rehn, Linda Handlin, Kerstin Uvnäs-Moberg, Linda J. Keeling 연구팀은 2014년 국제학술지 Physiology & Behavior에 발표한 연구에서 암컷 비글 12마리를 대상으로 친숙한 사람과 재회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행동과 내분비 반응을 조사했다. 연구진은 사람이 개와 어떤 방식으로 상호작용하느냐에 따라 행동적·생리적 반응이 달라질 가능성에 주목했다.

2017년 Evan L. MacLean 연구팀이 Frontiers in Psychology에 발표한 연구도 사람과 개의 사회적 상호작용과 옥시토신·바소프레신 변화의 관계를 살펴봤다. 연구에서 사람과 약 10분간 자유로운 친화적 상호작용을 한 개 19마리는 평균적으로 침 속 옥시토신이 약 39%, 혈장 옥시토신이 약 5.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접촉 없이 쉬었던 대조 조건에서는 같은 양상의 변화가 관찰되지 않았다.
이 연구는 ‘사람을 핥으면 사랑한다’는 명제를 검증한 연구가 아니다. 쓰다듬기와 접근, 신체 접촉 등 사람과 개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전반적인 친화적 상호작용과 생리적 변화를 조사한 연구다. 따라서 보호자를 핥는 행동 역시 친화적 관계 속에서 나타날 수 있는 여러 행동 가운데 하나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한 가지 행동을 인간의 감정 언어 하나로 번역하는 순간, 오히려 강아지가 보내는 다른 신호를 놓칠 수 있다. “핥았더니 쓰다듬어줬다”…강아지는 그 결과까지 학습한다
핥기 행동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열쇠는 ‘학습’이다. 강아지가 보호자의 손을 핥았다. 보호자가 즉시 강아지를 바라본다. 이름을 부르고, 말을 걸고, 쓰다듬어준다. 보호자에게는 자연스러운 반응이지만 강아지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행동 직후 원하는 결과가 발생한 것이다. 이 같은 경험이 반복된다면 강아지는 자연스럽게 ‘사람을 핥으면 관심을 받을 수 있다’는 관계를 학습할 수 있다. 행동학에서는 특정 행동 뒤에 나타난 결과로 인해 그 행동이 앞으로 더 자주 나타나는 현상을 ‘강화(Reinforcement)’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즉 처음에는 우연히 나타났던 핥기가 보호자의 반복적인 반응을 통해 점차 빈번한 행동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보호자는 “왜 자꾸 나를 핥지?”라는 질문과 함께 “이 아이가 핥았을 때 나는 지금까지 어떻게 반응했지?”라는 질문도 해볼 필요가 있다. 행동의 원인은 행동 자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행동 뒤에 따라오는 결과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모든 ‘혀의 움직임’을 같은 의미로 해석해서도 안 된다. 보호자의 손과 얼굴을 직접 핥는 행동과 강아지가 자신의 입술이나 코 주변을 짧게 낼름거리는 행동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2017년 Natalia Albuquerque 등이 참여한 연구에서는 개에게 사람과 개의 긍정적·부정적 정서가 담긴 얼굴 자극을 보여주고 입 주변을 핥는 행동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개들은 긍정적인 얼굴보다 부정적인 얼굴 자극을 접했을 때 입 주변을 핥는 행동을 더 많이 나타냈으며, 특히 사람의 시각적 자극에 반응하는 경향이 관찰됐다. 이는 입술 핥기가 단순히 음식과 관련된 행동만이 아니라 주변의 사회적·정서적 상황과 관련해 나타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낯선 사람과 마주하는 상황에서 시선 돌리기와 입술 핥기 같은 행동을 조사한 연구도 보고돼 있다. 그렇다고 입술을 한 번 핥았다는 이유만으로 “이 강아지는 불안하다”거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단정하는 것 역시 경계해야 한다. 행동은 하나의 단어가 아니라 여러 신호가 함께 이루는 문장에 가깝기 때문이다. 귀가 뒤로 젖혀졌는지, 눈을 피하는지, 입 주변이 긴장돼 있는지, 꼬리는 어디에 위치하는지, 몸의 무게중심은 어느 방향인지, 근육이 경직돼 있는지, 상대와의 거리를 늘리려 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혀 하나만 보지 말고 몸 전체를 봐야 한다.
보호자를 핥는 행동에는 보다 단순한 감각적 이유도 존재할 수 있다. 강아지는 뛰어난 후각을 사용해 환경을 탐색하지만 냄새뿐 아니라 입과 혀를 통해서도 주변 정보를 확인한다. 보호자가 음식을 먹고 난 직후 손을 유난히 집중적으로 핥거나 운동 후 땀이 난 피부를 반복적으로 핥는다면 피부에 남아 있는 음식 성분이나 냄새, 짠맛 등 다양한 화학적 자극에 관심을 보이고 있을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다. 보호자의 얼굴에 다가와 편안한 몸으로 한두 차례 부드럽게 핥는 행동과 음식 냄새가 묻은 손을 집요하게 따라다니며 핥는 행동을 모두 같은 의미의 ‘사랑 표현’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유다. 같은 행동처럼 보여도 동기는 서로 다를 수 있다.
보호자가 특히 주의 깊게 살펴야 할 것은 강아지가 자신의 발이나 다리, 피부의 특정 부위를 장시간 또는 반복적으로 핥는 경우다. 이때는 단순한 버릇이나 불안 행동으로 판단하기 전에 신체적 원인을 먼저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미국 머크 수의학 매뉴얼은 과도한 피부 핥기가 나타나는 경우 아토피성 피부염, 감염, 음식 이상반응, 기생충, 신경병증, 통증 등 다양한 의학적 원인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가려움이 있는 개는 피부를 반복적으로 긁거나 물고 핥을 수 있으며 기생충, 감염, 알레르기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통증도 빼놓을 수 없다. 특정 부위가 아프거나 불편한 동물은 해당 부위를 반복해서 핥거나 물고 비비는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따라서 특정 부위를 지속적으로 핥으면서 털이 빠지거나 피부가 붉어지고, 상처나 진물이 생기는 경우, 또는 평소와 달리 핥는 빈도가 갑자기 크게 증가했다면 단순한 행동 문제로 규정하기보다 수의학적 검진을 통해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강사모TV는 강아지의 핥기 행동을 관찰할 때 보호자가 최소 네 가지 질문을 해볼 것을 제안했다. 언제부터 시작됐는가. 행동 직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가. 그 순간 강아지의 몸과 표정은 편안했는가, 긴장돼 있었는가. 그리고 핥은 직후 어떤 결과가 발생했는가. 이 4가지 질문만으로도 행동을 바라보는 관점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최경선 박사는 “강아지의 행동은 한 장면만 잘라서 해석하면 실제 의미를 놓치기 쉽다”며 “귀와 눈, 입, 꼬리의 위치뿐 아니라 몸의 긴장 정도, 주변 사람과 환경, 행동 직전의 상황과 행동 이후에 발생한 결과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호자를 핥는 행동을 무조건 인간의 언어인 ‘사랑해’라고 번역하기보다 ‘우리 강아지는 지금 이 상황에서 왜 이런 행동을 했을까’를 먼저 질문해야 한다”며 “행동을 평가하기 전에 관찰하는 습관이 올바른 반려견 교육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핥았다는 사실 하나가 아니다.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무엇을, 얼마나 오래 핥았는가. 그리고 그 순간 강아지의 나머지 몸은 무엇을 말하고 있었는가. 강아지의 행동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인간이 듣고 싶은 의미를 먼저 붙이기보다 강아지가 실제로 보여주는 신호를 읽어야 한다. 강사모TV는 앞으로도 반려견의 행동을 단순한 의인화나 개인적인 경험에 의존해 설명하기보다 행동학·훈련학·관리학 분야의 연구와 객관적인 자료를 토대로 보호자가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정보를 전달할 계획이다.
한편 ‘최경선 박사의 강사모TV’는 강아지를 사랑하는 모임 ‘강사모’의 공식 유튜브 채널로, 반려견 행동학과 교육·훈련, 건강관리, 동물복지 등 올바른 반려문화를 위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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